강한 자만이 살아남든, 살아남은 자가 강하든 우리 사회는 적자생존,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다. 우리 경제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대표적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그것이 자금력이든, 연구개발이든, 영업력이든, 신뢰와 성실이든 유·무형의 남다른 무기가 있어야 살아 남을 수 있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대전시가 선정한 유망중소기업들에겐 그들만의 생존의 법칙이 있다. ‘일류경제도시 대전’을 지탱하고 있는 유망중소기업의 각양각색 성장기를 들어본다.
 

될성부른 기업에겐 저마다 비장의 무기 하나 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중 '신뢰를 바탕으로 삼는다'는 모토도 심심찮게 접해봤을 것이다. 상대성이 있는 가치 판단이라 측정이 어렵지만 한 번 쌓아 놓으면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자산이 신뢰다. 김상훈(49) 대표가 이끄는 ㈜더한기술은 그런 기업이다. “김 대표가 있는 더한기술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겠다”는 파트너사의 이구동성 품평에 더할 게 무엇이겠는가.

◆대전이 좋아 정착한 이방인

김 대표는 타관 사람이다. 호남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 그가 연고 없는 대전에서 더한기술을 운영하게 된 이유가 이채롭다. 대전이 무작정 좋아서였단다. 대전엑스포가 막 끝난 1994년 일 때문에 대전을 찾은 20대의 김 대표는 ‘정말 아늑하고 조용하다. 나중에 여기서 살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그의 조용한 다짐은 시나브로 잊힌다. 당시 그는 전북 정읍의 한 항온·항습 관련 설비업체에 종사했는데 워낙 부지런한 성격 덕분에 회사 매출의 20%를 책임질 정도였다. 밤낮없이 청춘을 바쳐 충성했건만 돌아오는 건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질투, 그리고 견제였다.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으나 더 이상 회사를 계속 다니기엔 부담스러워 창업을 결심했다. 그렇게 더한기술이 전북 정읍에서 탄생했다. 그의 능력을 아낀 회사 사장은 몇 차례의 만류가 통하지 않자 자신의 회사에 1차 벤더로 들어오라 권유했다. 성실은 흉내 낼 수 없는 그의 본능이다.

“퇴사할 때 인수인계를 6개월간 했어요. 사장님이 굉장히 흡족해하셨고 좋은 제안을 주셨죠. 제안을 받아들이며 이일 저일 했지만 초기엔 판로를 확대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임차한 사무실도 계약기간이 끝나가 사방팔방 돌아다니던 중에 불현듯 대전이 생각났어요. 그곳에서 내 뜻을 펼쳐보자는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인연은 스쳐도 인연인가 보다.

◆위기를 기회로

더한기술이 혼자만의 ‘약속의 땅’이었던 대전에 둥지를 튼 건 2004년이다. 딱히 내세울 것 없이 초라한 채였다. 연고도 없고 용빼는 재주도 없었으니 한동안은 정읍에서 더 많은 일을 수주했다. 당연히 일을 하나 처리하고 나서 정산하면 교통비를 제하고 수중에 남는 돈은 얼마 안 됐다. 그래도 부지런한 성격에 일은 끊임없이 들어왔고 더한기술도 점차 성장했다. 위기는 항상 절정 직전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한창 입소문이 날 시점, 자금 경색이 왔다. 무려 2억 원이었다. 이제 막 성장판이 열린 회사 입장에서 2억 원은 너무 큰 돈이었다. 자재를 빌릴 여력도 없었고 사업을 접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때 김 대표의 사업가 기질이 눈을 뜬다. 혼자 몸도 아니고 딸린 직원들이 있는데 사업을 접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낯 두껍게 우선 외상으로 자재를 대달라고 부탁했다. 일이 들어와 돈을 벌 때마다 조금씩 갚겠단 약속과 함께.

“사실 정말 다 때려치울까 고민했지만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럽니까.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약속했죠. 다행히 저를 알아봐 주신 사장님들이 어렵지 않게 허락했습니다. 돈이 생길 때마다 이곳저곳 갚았죠.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아요. 정말 힘든 시기였지만 저와 더한기술이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보란 듯이 우뚝 다시 일어선 김 대표와 더한기술은 지난해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다. 불과 3~4년 전 20억 원을 간신히 넘긴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신뢰라는 무기를 가진 김 대표와 더한기술에겐 무서울 게 없다. 대기업의 1차 벤더에 당당히 들어가 고속 성장을 하고 있으며 반도체 호황과 친환경이란 시류가 만나 더한기술이 가진 설비의 절전력을 높여주는 기술은 앞날이 더욱 창창하다. 그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그의 부지런한 성격과 함께 그가 업계에 심어준 신뢰 덕분이다. 그래서 그는 늘 강조한다. 자신을 위해 일하라고. 그게 바로 신뢰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자기 업무에 100% 만족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자신의 일에 의미를 부여해보세요. 성취감이 생깁니다. 그러면 내가 하는 일에도 자부심이 생기고 내가 만든 제품을 반드시 상대방에게 만족시켜야 한다라는 책임감도 듭니다. 자연스럽게 나와 내 제품에 신뢰를 주는 것이죠.”

더한기술이 이제까지 획득한 보유기술과 인증서는 열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들다. 기술력으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더한기술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것보다 자신이 업계에서 쌓은 인정을 더 높이 평가한다. 신뢰라는 건 누구나 강조할 수 있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김 대표와 더한기술의 신뢰는 업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KS마크다.

글·사진=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